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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담배다. 키 8.4㎝에 몸무게 0.89g인 작은 몸이지만 강력하다. 내 몸속에는 발암물질이 무려 30여 가지나 숨어 있다. 그래서 `소리 없는 파괴자`로 불린다. 


나에게도 한때 영광스러운 시절이 있었다. 그때 나는 자유의 상징이었고, 또 어른의 징표이기도 했어. 하지만 이제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. 공공장소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식당에서도, 이제는 술집에서도 내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. 


그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견딜만 하지. 남자 중 40.2%는 아직 나를 선택하고 있고 여자들 실제 흡연율도 공식 흡연율 4%보다 3배 이상 많은 13% 정도 된다고 하니까 한국은 아직 `우리들의 천국`이지. 


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나와 절교를 선언하기도 하지.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두렵지 않아. 어차피 그들은 다시 나에게 돌아와 무릎을 꿇을 테니까. 


그들이 나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내 몸에 있는 `니코틴`이라는 물질 때문이야. 니코틴이라는 놈은 집요하지. 이놈은 뇌에 작용해 탐닉성을 가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비롯해 세로토닌, 아세틸콜린, 노에피네프린 등 분비를 촉진하지. 일시적으로 불안감이 줄어든다는 착각은 바로 이 때문이야. 그래서 사람들이 나에게 이별을 통고한 뒤 며칠 후에 다시 나에게 손을 내밀게 돼 있어. 


그들은 스스로 자신이 `나의 주인`이라고 생각하고 `나`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`나의 종`일 뿐이야. 그들이 나를 버리는 때는 이미 자기 몸이 망가져 돌이킬 수 없을 때지. 


세계보건기구 추산에 따르면 매년 600만명이 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해. 폐암은 물론 후두암 구강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이 나로 인해 발생하지. 내가 `침묵의 대량 학살자`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. 나보다 강력한 살상무기 본 적 있어? 


나는 결코 나를 선택한 사람만 파괴하지 않아. 그 주변 사람들도 내 사정권 안에 있지. 내 연기는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니까. 나를 가까이 하는 것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살행위일 뿐 아니라 타인을 죽이는 살인행위이기도 하지. 이제 나를 버릴 때가 되었네. 사회에 끼친 해악이 너무 많아서 나도 내가 혐오스러울 뿐이야. 나를 버리는 일, 즉 금연은 가장 저렴한 건강대책이자 복지대책이야. 개인 의지에 사회 전체의 노력이 더해져야 나를 물리칠 수 있어. 나는 결코 스스로 물러서는 법이 없지.


출처 : 인터넷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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